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아주 꼬꼬마였던 시절부터 나의 관심은 사는 것보다 죽는 것에 있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부연하자면, ‘죽음을 맞이 할 때에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행복하게 죽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의 죽음에 대비하는, 마지막의 멋진 피날레를 꿈꾸고 있었다.
만일 자신의 남은 일생이 얼만큼인지 알 수 있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그냥 되는대로 살 것인가, 이루고 싶은 것을 최대한 이뤄보도록 노력할 것인가. 그런 고민들은 항상 함께 했었고 나의 성격이나 인성 형성에 기초가 되었으리라.
사람이 나고 죽는 것은 마치 꽃이 피고 지는 것과 같이 당연한 이치. 계절이 지나면 꽃이 지고, 다시 다른 계절을 맞으면 다시 꽃이 피지만 그 꽃은 지난 계절에 만난 꽃은 아니다. 누군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다른 누군가는 과거에 머문다. 과거는 좀 더 나은 현재를 위한 거울이고, 미래는 ‘가도 가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다. 현재를 즐길 수 없다면 꿈꾸던 ‘현재가 된 미래’에도 즐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