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everythinged, by Levine

memento mori.

한 때 내 방의 주인은 온갖 잡동사니들 이었다. 또한 내 머리 속에도 잡념이 가득했다. 잡동사니들이 잡념을 잡고 있는지, 잡념이 잡동사니들을 버리지 못하게 만든건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온갖 것들로 가득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때였다. 그 모습은 마치 막힌 변기에 오물이 넘치는 것과 흡사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건데,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내 물건에 대한 애착을 넘어선 집착 혹은 강박과, 그런 애정 어린(?)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흔히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이건 중요해, 그리고 이것도 중요해. 그리고 저것도 필요해…’라는 핑계로 어느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집착이 남들보다 강했던 탓이었으리라.

그 당시에 몰랐던 건,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외에는 모두 별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는 것. 그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을 보면. 한 때 중요한 가치를 가진 것도 시간이 지나 다른 새로운 중요한 것들이 생기게 되면 이전 것의 가치는 퇴색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 당시에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틀림없다. 이것 저것 따지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 정작 중요한 것들을 가려내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제는,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지 잘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엔 늘 이 말을 생각한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내 삶이 오늘까지라는 가정을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들만 남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만을 남긴 채 나머지 것들을 모두 버리면 비워내기가 좀 더 수월하다. 그렇게 비워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함을 잊지말자.